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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26 김아론 감독 인터뷰
  2. 2009/09/05 안슬기 감독 인터뷰
  3. 2009/08/14 090701 신동일 감독 인터뷰

김아론 감독 인터뷰

work 2009/09/26 19:45

 

김아론 / 영화감독
출생 197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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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론 감독은 젊다. 젊기에 매번 그리도 매혹적인 작품을 내놓는지 아니면, 이 세상에 새로운 스토리와 배우는 없다고 말하는 단호함이 그를 젊게 만드는 것인지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는 관객을 배려할 줄 아는 감독임에 틀림없다는 것이다. 서면으로 김아론 감독이 그려낸 한 폭의 움직이는 그림, <라라 선샤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라라 선샤인>(이하 라라)이 장편 데뷔작이다. 이 이야기를 첫 장편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궁금하다.


신문에서 ‘나는 짐승을 죽인 것이지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다’라는 성폭행 피해여성의 법정진술을 봤고 모티브를 얻었다. 마치 <라라>의 김수진이 신문기사에서 이미라 사건에 관한 시나리오를 쓰듯이 말이다. 성폭력을 당하는 순간의 살인은 정당방위가 되지만 시간이 흐른 후 가해자를 찾아가 복수한다면 일급살인죄가 된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 한 상황인가? 이렇듯 법이란 여러 가지로 허점이 많다. 법이 심판을 하지 못한다면? 여기서 <라라>의 드라마는 시작된다.



미장센이 인상적이었다. 미술적인 부분에 특별히 신경을 쓰는 편인지.


미장센은 내 영상표현 방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라라>, <온실>은 더욱 미장센에 치중한 작품이다. 특이한 경우이긴 하지만 편집할 때 배우의 연기와 미장센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민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배우의 연기가 우선하겠지만 <라라> 작업은 좀 다르다. 프레임 안에 모든 것들이 연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 저예산인 제작비 여건상 미술에 많은 돈을 들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장소헌팅과 카메라 앵글로서 미학적인 시도를 하려고 노력했다. <라라>에서 보여지는 모든 앵글들은 인물의 심리를 반영한 것들이다. 수진의 불안한 심리, 이중적인 자아가 카메라 앵글 안에 펼쳐지도록 노력했다. 즉 카메라 앵글이 드라마를 낳을 수 있도록 설정했다. 또한 기존 저예산 영화에서 보여지는 거칠고 투박한 느낌보다는 안정적인 화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는 아름다운 화면을 보여줘야만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수진이 시나리오를 쓰는 작업 자체가 관객으로선 미지의 작업이면서도 한 번쯤 해 보고 싶은 일이기도 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건 누구나 한 번쯤 꿈 꿔 볼 것 같다. 자기위안적인 행위일 수도, 자기구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서두에 언급한 대로 법이 심판을 하지 못한다면? 그럼 종교가 그녀를 구원할 것인가? 영화 속에서는 그 구원이 스스로에게 있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그녀는 더 큰 절망과 고통을 받는다. 또한 복수가 끝난다면 그 다음엔 누구에게 복수해야 할까? 이렇듯 이 영화는 영원히 치유되기 힘든 수진의 아픔을 담고 있다. <라라>는 김수진이라는 여성의 정신분석학적 보고서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혹시 본인의 기억 중에 새로이 써내려가고 싶은 게 있나. 긍정적인 의미로든, 그 반대든.


<키즈리턴>, <릴리슈슈의 모든 것>같은 영화를 좋아한다. 방황(?)하는 10대의 이야기를 쓸 수도 있을 것 같다.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많고 물론, 내 경험도 많은 부분 녹아져 있을 것이다. 내 청소년기도 꽤 드라마틱하다. 모범생이 아니었다고 하면 설명이 되지 않을까? 하하.



소외당하거나 기득권층에게 압박 받는 이들의 인권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라라>도 그렇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헬로우 마이 러브>도 퀴어적인 코드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라라>를 만들면서 시나리오 자료를 조사하고 여성인권 문제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다. 영화를 한 편씩 끝낼 때 마다 훌륭한 공부를 하게 되는 것이다. 남성의 시각으로서 여성에 대해 그리고 인권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라라>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여성인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교훈적인 메시지만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만드는 의미도 물론 중요하지만 내가 표현하려는 메시지를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화라는 형식을 완벽하게 이용해야 하며 영화 자체로서의 재미(오락이 아닌)가 있어야한다. 이것은 항상 내가 고심하는 부분이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 같다. <헬로우 마이 러브>는 동성애와 이성애를 뛰어넘는 영화다. 기존의 퀴어와는 색깔이 좀 다르며 많은 사람들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역시 기대하셔도 좋다.



<헬로우 마이 러브>도 개봉하지 않나. 발칙한 소재 때문에 기대하고 있다. 이후의 차기작 계획이 있다면 들려 달라.


극장에서 꼭 보시라. <라라>와 <온실>을 본 관객들에게서 <헬로우 마이 러브>로 김아론이 대중들과의 소통에 유연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라라>와 <헬로우 마이러브>를 비교해서 본다면 보다 즐거운 영화 관람이 될 것이다. 차기작 같은 경우 계획하고 있는 스릴러가 있는데, 정부, 대통령, 킬러, 음모이론 등에 관한 내용이다. 꼭 내 시나리오로만 작품을 할 계획은 아니다. 다른 곳에서도 시나리오를 받고 있다. 코믹, 액션, 멜로 등 다양하다. 두 작품의 개봉이 끝나면 차기작을 결정할 예정이다.



본인이 영화를 만듦에 가장 활력을 주는 요소는 무엇인지, 에너지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다른 영화에서 창작, 연출적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지구상에 나와 있는 모든 영화는 나의 훌륭한 선생님이 된다. 정말 좋은 영화를 한 편 보고 나면 그 감정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감정을 받게 되면 창작의 욕구가 솟구친다. 미술가로는 앤디워홀을 매우 좋아한다. 기존의 작품들을 재해석하며 자신만의 것으로 만드는데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내가 믿고 있는 사실이 있다. 이 세상에 새로운 영화적 스토리란 없다. 새로운 배우와 연출이 있을 뿐이다.




 -INDIESPACE on PAper vol.24 (2009년 10월)


안슬기 감독 인터뷰

work 2009/09/05 02:12


안슬기 / 교원,영화감독
출생 197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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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고등학교 교사이자 매번 새로운 상상력과 친숙한 포용력으로 관객들을 설레게 했던 안슬기 감독의 <지구에서 사는 법>이 24일 개봉한다. 영화는 ‘지구에 유배’ 된 외계인들이 인간들 사이를 소리 소문 없이 활보한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습한 고독감이 남아 있을 뿐이다. 관계의 조율에 능숙한 감독의 전작들만큼이나 짙은 잔상이 남는 영화에 틀림이 없다. 서면으로 안슬기 감독과 지구에서 사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외계인이 등장하지만 담고 있는 이야기 자체는 현실보다 더 리얼하다.


2005년 12월 오사카 한일 엔터테인먼트 영화제 독립영화 섹션 시사회 후 관객과의 대화시간. 진행자가 물었다. “다음 영화를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영화제에서 본 일본 영화들은 일본영화의 특징이 더 극단적으로 담겨 있었다. 일본 영화들을 보면-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감정이나 상황이나 캐릭터가 꽤 과장되어 있다. 무표정한 남자는 엄청나게 무표정하고, 마초 같은 남자는 고래고래 소리 지른다. 간드러진 여자의 콧소리는 과연 실제 일본 여자들이 저럴까 하면 그도 아닌 것 같다. 즉 일본 영화에서 ‘일상’의 표현이란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한국에서는 ‘진짜’와 다른 ‘가짜’는 용납되지 않는다. 아무리 코미디 영화라고 하더라도 실제와 다르면 “에이, 저런 게 어딨어?”한다. ‘일상’과 ‘진짜’에 대한 숭배다. 그 오랜 숭배자 중 하나인 나는 그날은 왠지 오히려 일본이 부러웠다. 진행자의 물음에 다음과 같이 대답한 것으로 기억한다. “일상의 판타지는 많잖아요. 전 오히려 일상이 아닌 것을 일상처럼 느끼게 하는 게 재밌을 것 같아요.” 홍상수 감독님 영화의 주인공 중 하나가 문어대가리의 외계인이면 어떤 느낌일까? 그래도 일상으로 느껴질까?



제목만 보고는 지구온난화 같은 게 생각났다. 제목을 짓게 된 결정적인 이유 같은 게 있나.


결정적인 이유는 없다. 제목을 오래 고민했던 것 같다. 솔직히 나는 내 영화의 제목들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언젠가 김대우 감독님께서 [사랑 아니다]란 단편영화의 제목을 칭찬해 주셨다. 그 후로 제목에 대해 기고만장해 진 것 같다. 첫 장편 [다섯은 너무 많아]도 반대한 스태프들이 있었지만 내 생각대로 갔다. [나의 노래는]도 그렇고. 지금 다른 장편을 위해 저축해 넣은 제목도 많다. 말해보라고? 비밀이다. [지구에서 사는 법]이라는 제목은 [지구에 매달리기]라는 이현세 작가의 만화 제목에서 고민을 시작한 기억이 난다. 지구온난화가 생각난다고? 뭐 지구에서 살기가 점점 퍽퍽해지니 온난화 하고도 일면 연결되는 지점이 있긴 있다. 사실, 차기작으로 준비하는 것이 지구온난화와 약간 관련된(?) 이야기다. 아, 여기까지. 
 



현직 교사라고 들었다. <지구에서 사는 법>(이하 지구)도 2008년 초, 겨울방학 동안 촬영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방학을 이용해 작업하는 건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장점은 학교를 관두지 않고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것? 그 외엔 장점이 있는지 모르겠다. 스태프들은 좋은 측면이 있겠지. 아무리 촬영이 연기 되더라도 개학을 넘길 순 없으니. 단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겨울에만 찍어야 하니, 세 장편의 계절 배경이 다 겨울이다. 고로 스태프와 배우들 고생이 무척 많다. 프리는 가을에 해야 하니 감독으로서 참 민망하다. 회의를 평일 저녁 아니면 주말에 해야 한다.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줄어들고, 스태프들에게 많이 의지해야 한다. 편집은 1학기에 해야 하니, 후반업체들에게 미안하다. 이번 작품의 믹싱도 추석 연휴에 했다. 촬영은 짧게, 후반은 길게! 이게 현직 교사 프로젝트의 특징이다. 



<나의 노래는>도 그렇지만 <지구> 또한 외로움이나 고독에 대한 고찰이 엿보인다. 개인적으로 <나의 노래는>을 보고 울컥한 마음이 들었던 관객 중 하나였다. 멋지고 폼 나지 않지만, 그래서 더 마음이 갔다.


감사하다. [다섯은 너무 많아]도 그렇고, [나의 노래는]도 그렇고 자기 이야기라고 느끼는 관객들이 있다.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한 발 나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니 착하게 사셨나 보다.(웃음)



영화를 보고 난 뒤에 불현듯 “아! 나는 그럼 앞으로 이렇게 해 나가야지.” 란 생각을 했다. 굉장히 오랜만에 든 생각이라 가슴이 벅차기도 했다.


딱 내가 원하는 반응이다. [지구에서 사는 법] 만들기 전에 썼던 글을 하나 소개 하겠다.
“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관객들의 심장이 마구 뛰었으면 좋겠다. 관객들이 극장 문을 나서며 “씨발.”이라고 속으로 외쳤으면 좋겠다. 그 뒤의 말이 “그래 한번 살아보자!” 든, “다 덤벼!” 든, 아니면 말로 못할 객기 든. 나는 관객이 자기 스스로도 느끼지 못할 만큼 작고 깊은 ‘양아치의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이 영화는 나에게 있어 욕이다. 영화든지 권위이든지 나의 나약함이든지 운명이든지 악마든지 거대한 힘이든지 신이든지, 여하튼 그 무엇을 향해 하는 욕이다. “이 개새끼야!” 욕할 때 감상이야, 욕해보셨으면 아실 테고.(웃음)



조시내씨의 연기가 인상 깊었다. 감독님의 작품에 여러 번 나온 걸로 알고 있다. 여러 번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건 서로가 어떤 대상으로서 매력적이라는 건가?


일단은 믿는 배우다. 그리고 나에게 편한 배우이기도 하다. 조시내씨와 함께 영화작업을 한 지 10년이 된 것 같다. [다섯은 너무 많아] 현장에선 스탭들이 시내형님이라고 불렀다. 강단 있고, 의리 있는 그런 분이다. 이번 작품은 나름대로 내가 긴장할 조건이 많은 작품이었다. 해온 작품보다 많은 제작비를 쓰는 작품이고, 제작사에서 하는 첫 작품이기도 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처음부터 혜린은 조시내씨로 염두에 두고 있었다. 물론 오디션을 계속 보긴 했지만, 더 나은 답을 찾지 못했다. 다행히 조시내씨가 흔쾌히 수락해 주었다.

 


차기작에 대한 계획 있다면 들려 달라.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이번엔 또 어떤 상상력을, 장르의 파괴를 보여줄지.


생각하고 있는 것은 두 개인데, 하나는 실패한 아버지들 어머니들을 둔 현시대 아이들의 희망가이다. 장르파괴는 아니다. 그동안 나를 지지해준 관객 분들에게 감사의 선물이 되는 작품으로 만들 것이다. 지금 시나리오 작업 중이라서 구체적인 스토리를 밝히긴 어렵다. 기대해도 좋다. 나머지 하나는 남자를 죽인 어떤 여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굉장히 빠른 편집과 강한 이미지를 보여주려 한다. 최소의 기간으로, 지금은 사양길인 DV로, 제발 가을에, 게릴라식으로 만들 생각이었는데, 시나리오가 나와 봐야 알겠다. 이 작품이 형식적으로 좀 특이하다면 특이하겠다.


 

마지막 질문이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지구에서 사는 법은 어떤가. 살만 한가.


살만하지 않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옆에 있는 인간들과 어깨 걸고 놈에게 총을 겨누는 수밖에. 시나리오 은사이신 심산선생님은 이렇게 이야기 하신다. “삶은 원래 불행한 것이니, 우리라도 행복하자.” 심산선생님이 지구에서 사는 법으로 유희를 택하셨다면, 나는 연대와 투쟁을 택한 셈이다.





-INDIESPACE on PAper vol.23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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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일 / 영화감독
출생 196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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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말이 없는 편이라 했다. 속은 끓는데 감정을 자제하고 미소 지으면서 작업 하는 편이라 했다. 현장에서 액션, 하고 컷할 때 다들 자지러진단다. 그 특유의 제스쳐와 목소리가 때문에. 신동일 감독과 이야기를 나눌수록 그게 무엇인지 감지할 수 있었다. 질문을 던지면 눈을 감고 정밀히 세공하는 듯 골똘히 문장을 다듬는다. 띄엄띄엄 그 조각들을 읊조리다 이내, 정갈히 정돈된 문장이 꼭 영화 속 카림처럼 조근한 목소리를 타고 흘러나온다. “<반두비>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 여운처럼 길게 남는다. 카림의 말처럼 "마음의 문을 열어"보면 어떨까. <반두비>는 그 방법론을 모르는 이들에게 만능열쇠가 되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예쁘고 잘생긴 배우들 덕분에 그림이 더욱 예쁘게 보이는 것 같다.

카림은 잘 생겼으면 했다. 낯선 인물이 주인공이니까 호감 가는 외모이길 바랐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 한다> 같은 경우는 못생긴 할머니와 평범한 모로코 남자의 사랑 이야긴데 만약 반두비를 못생긴 이주노동자와 평범한 외모의 여고생으로 한다면 어땠을까. 카림은 호감 주는 얼굴로 해야 했다. 한국관객들을 배려한 것이기도 하다.(웃음)


본인 의도대로 나온 것 같나. 아니라면 어떤 그림이 나오길 바랐는지.

전반적인 그림은 마음에 든다. 마지막 장면 빼고 전부 핸드 헬즈로 찍어서 흔들리긴 하지만 컷이 많지 않고 흔들리는 롱 샷 같은 롱 테이크가 많다. 촬영 여건이 여의치 않았지만 대체로 원하는 대로 나온 것 같다.


색감이 좋다. 카림이 혼자 버스를 타고 가는 장면은 특히 어떤 서정성까지 더해진 것 같다.

상업 영화 같은 경우 필터 끼고 색 보정 하고 손보고 그러는데 우린 그러지 않았다. 리얼한 화면 색감을 원했기 때문에. 의도하진 않은 것과 달리 개인적으로 만족스런 장면이었다. 카림의 연기 자체도 울림이 있었다. 


민서가 신대표 집에 찾아가 깽판 놓는 장면은 좀 더 힘을 줬다면 싶어서 아쉬웠다. 혹시 좀 더 가고 싶었는데 아쉬운 장면이 있나.

시나리오 쓸 당시엔 폐허 수준이 된다고 썼다. 하지만 예산, 섭외, 촬영할 수 있는 시간, 소품 등의 문제가 있었다. 민서(백진희)가 몸집이 작아 다이나믹한 건 배우 스스로도 소화하기 힘들었고. 감독인 나는 얼마나 아쉽겠나. 전달되는 전체적인 정서나 느낌은 괜찮은데, 시각적인 것들은 사실 다 아쉽다. 오히려 더 눌렀어야 했지 않나 싶은 장면들도 있다. 두드러지는 장면들이 있어서. 발란스 측면에선 세게 갔으면 하는 장면은 없다.


한창 예민하고 불완전한 민서의 면들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재심의에서도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이 났다고 들었다.

분개해 마지않는 일이다. 인터뷰 전 반두비를 준비할 때 도움을 준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도 고등학생이 봐야할 영화라고 환영. 안타깝다. 청소년들이 불편해할 장면은 어른들도 불편해할 것이다. 근시안 적이다. 영화를 보고 청소년들이 따라한다고 생각하는 건 그들을 우습게 보는 시선이 아닌가 싶다. 유아라면 모를까 청소년들은 충분히 판단력, 사고할 수 있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변별할 수 있을 거라 본다. 영화가 너무 재밌어서 민서의 행동을 따라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그런 판정을 내린 것 같다.(웃음) 민서 같은 애가 많다면 세상이 바뀔 것이다. 고등학생들 교재로 써도 되지 않을까. 가정 문제, 인종 문제,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에 대해 얘기할 게 많은 영화, 부모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카림만 같다면, 하고 망상하기도 했다. 민서와의 첫 만남에서 가방을 열었다 다시 닫아주는 장면에선 카림의 배려심이 엿보였다.

포용하는 구도가 좋다. 다면적인 면을 가진 캐릭터가 있어야 드라마적으로 재미를 준다고 생각한다. 입체적인 면이 떨어지긴 하지만 카림은 착해야 했다. 그럴 수밖에 없어서 그렇게 했다. 민서의 성격과 상대적으로 덜 보여서 그렇지, 굉장히 입체적인 인물이다. 알고 보면 이 사람도 욕망의 주체다. 다만 표현하는 방법이 다른 사람에 비해서 온화해서 그렇지 똑같은 남자다. 착한 면이 있어서 드라마적인 힘을 갖고, 이야기가 이어지는 거지. 앞으로 이주노동자가 나오는 영화라면 좀 더 복합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아직 초창기니까. 


이주노동자와 여고생이라는 조합은 굉장히 낯설고 이질적이기도 한데.

낯선 조합을 좋아한다. 취향이랄까. 교집합이 없을 것 같은 이들을 관계 맺게 하는 게 장기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낯선 조합이지만 이주노동자는 사회에서 최하층에 속하기도 하고, 여고생인 민서는 꿈의 나래를 펼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입시와 스트레스에 억눌린다. 한창 감수성 예민한 시기가 저당 잡히는 것 같다. 이런 점에서 여고생 역시 사회적 약자라는 생각을 했다. 공통분모가 있는 것 같다. 한국 사회에서 소외됐다면 소외된 두 사람이 매치될 때 어떤 재미있는 스토리가 전개될까 싶었다. 두 사람은 거울을 통해서 본 우리 자화상의 일부기도 하다. 낯선 것 같지만 낯설지 않은 우리네 모습이지 않을까.


카림이 울분에 찬 목소리로 행복을 읊조릴 땐 마음 한구석이 찡했다. 결혼하자고 말하는 민서를 보며 이 둘의 관계는 지극히 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민서가 그런 제안을 한 게 카림에 대한 사랑의 표현일 수도 있지만 인류애적인, 휴머니즘적인 것 같기도 하다. 생각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가장 현실적인 제안이거든. 아이러니컬하게도 한국 시스템보다 여고생 하나가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관통하고 있다.


피부색만 다르지 똑같은 사람인데 무턱대고 편견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고 편견이나 장벽을 허문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경험의 규제에서 오는 두려움과 경계심은 “마음의 문을 열면“ 된다. 몇몇 분들은 이주노동자가 여고생과 관계를 불편해하기도 했다. 반두비를 통해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그걸 존중하고 공존하게끔 하는 꺼리를 준 게 좋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나.

그 질문이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웃음) 학생들한테 내는 기말고사 문제기도 하고. 힘든 질문이다. 지금까지 그러려고 노력은 했는데, 한 점 우러러 부끄럽지 않은 작품 만들고 싶다. 나 스스로도 놀랄 수 있는,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창작자인 나에게도 새로움을 줄 수 있는 작품. 계속 발전하고 싶단 얘기지, 뭐.(웃음)



- INDIESPACE on PAper vol.21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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