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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론 감독 인터뷰

work 2009/09/26 19:45

 

김아론 / 영화감독
출생 197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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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론 감독은 젊다. 젊기에 매번 그리도 매혹적인 작품을 내놓는지 아니면, 이 세상에 새로운 스토리와 배우는 없다고 말하는 단호함이 그를 젊게 만드는 것인지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는 관객을 배려할 줄 아는 감독임에 틀림없다는 것이다. 서면으로 김아론 감독이 그려낸 한 폭의 움직이는 그림, <라라 선샤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라라 선샤인>(이하 라라)이 장편 데뷔작이다. 이 이야기를 첫 장편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궁금하다.


신문에서 ‘나는 짐승을 죽인 것이지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다’라는 성폭행 피해여성의 법정진술을 봤고 모티브를 얻었다. 마치 <라라>의 김수진이 신문기사에서 이미라 사건에 관한 시나리오를 쓰듯이 말이다. 성폭력을 당하는 순간의 살인은 정당방위가 되지만 시간이 흐른 후 가해자를 찾아가 복수한다면 일급살인죄가 된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 한 상황인가? 이렇듯 법이란 여러 가지로 허점이 많다. 법이 심판을 하지 못한다면? 여기서 <라라>의 드라마는 시작된다.



미장센이 인상적이었다. 미술적인 부분에 특별히 신경을 쓰는 편인지.


미장센은 내 영상표현 방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라라>, <온실>은 더욱 미장센에 치중한 작품이다. 특이한 경우이긴 하지만 편집할 때 배우의 연기와 미장센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민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배우의 연기가 우선하겠지만 <라라> 작업은 좀 다르다. 프레임 안에 모든 것들이 연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 저예산인 제작비 여건상 미술에 많은 돈을 들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장소헌팅과 카메라 앵글로서 미학적인 시도를 하려고 노력했다. <라라>에서 보여지는 모든 앵글들은 인물의 심리를 반영한 것들이다. 수진의 불안한 심리, 이중적인 자아가 카메라 앵글 안에 펼쳐지도록 노력했다. 즉 카메라 앵글이 드라마를 낳을 수 있도록 설정했다. 또한 기존 저예산 영화에서 보여지는 거칠고 투박한 느낌보다는 안정적인 화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는 아름다운 화면을 보여줘야만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수진이 시나리오를 쓰는 작업 자체가 관객으로선 미지의 작업이면서도 한 번쯤 해 보고 싶은 일이기도 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건 누구나 한 번쯤 꿈 꿔 볼 것 같다. 자기위안적인 행위일 수도, 자기구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서두에 언급한 대로 법이 심판을 하지 못한다면? 그럼 종교가 그녀를 구원할 것인가? 영화 속에서는 그 구원이 스스로에게 있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그녀는 더 큰 절망과 고통을 받는다. 또한 복수가 끝난다면 그 다음엔 누구에게 복수해야 할까? 이렇듯 이 영화는 영원히 치유되기 힘든 수진의 아픔을 담고 있다. <라라>는 김수진이라는 여성의 정신분석학적 보고서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혹시 본인의 기억 중에 새로이 써내려가고 싶은 게 있나. 긍정적인 의미로든, 그 반대든.


<키즈리턴>, <릴리슈슈의 모든 것>같은 영화를 좋아한다. 방황(?)하는 10대의 이야기를 쓸 수도 있을 것 같다.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많고 물론, 내 경험도 많은 부분 녹아져 있을 것이다. 내 청소년기도 꽤 드라마틱하다. 모범생이 아니었다고 하면 설명이 되지 않을까? 하하.



소외당하거나 기득권층에게 압박 받는 이들의 인권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라라>도 그렇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헬로우 마이 러브>도 퀴어적인 코드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라라>를 만들면서 시나리오 자료를 조사하고 여성인권 문제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다. 영화를 한 편씩 끝낼 때 마다 훌륭한 공부를 하게 되는 것이다. 남성의 시각으로서 여성에 대해 그리고 인권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라라>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여성인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교훈적인 메시지만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만드는 의미도 물론 중요하지만 내가 표현하려는 메시지를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화라는 형식을 완벽하게 이용해야 하며 영화 자체로서의 재미(오락이 아닌)가 있어야한다. 이것은 항상 내가 고심하는 부분이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 같다. <헬로우 마이 러브>는 동성애와 이성애를 뛰어넘는 영화다. 기존의 퀴어와는 색깔이 좀 다르며 많은 사람들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역시 기대하셔도 좋다.



<헬로우 마이 러브>도 개봉하지 않나. 발칙한 소재 때문에 기대하고 있다. 이후의 차기작 계획이 있다면 들려 달라.


극장에서 꼭 보시라. <라라>와 <온실>을 본 관객들에게서 <헬로우 마이 러브>로 김아론이 대중들과의 소통에 유연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라라>와 <헬로우 마이러브>를 비교해서 본다면 보다 즐거운 영화 관람이 될 것이다. 차기작 같은 경우 계획하고 있는 스릴러가 있는데, 정부, 대통령, 킬러, 음모이론 등에 관한 내용이다. 꼭 내 시나리오로만 작품을 할 계획은 아니다. 다른 곳에서도 시나리오를 받고 있다. 코믹, 액션, 멜로 등 다양하다. 두 작품의 개봉이 끝나면 차기작을 결정할 예정이다.



본인이 영화를 만듦에 가장 활력을 주는 요소는 무엇인지, 에너지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다른 영화에서 창작, 연출적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지구상에 나와 있는 모든 영화는 나의 훌륭한 선생님이 된다. 정말 좋은 영화를 한 편 보고 나면 그 감정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감정을 받게 되면 창작의 욕구가 솟구친다. 미술가로는 앤디워홀을 매우 좋아한다. 기존의 작품들을 재해석하며 자신만의 것으로 만드는데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내가 믿고 있는 사실이 있다. 이 세상에 새로운 영화적 스토리란 없다. 새로운 배우와 연출이 있을 뿐이다.




 -INDIESPACE on PAper vol.24 (2009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