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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일 / 영화감독
출생 196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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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말이 없는 편이라 했다. 속은 끓는데 감정을 자제하고 미소 지으면서 작업 하는 편이라 했다. 현장에서 액션, 하고 컷할 때 다들 자지러진단다. 그 특유의 제스쳐와 목소리가 때문에. 신동일 감독과 이야기를 나눌수록 그게 무엇인지 감지할 수 있었다. 질문을 던지면 눈을 감고 정밀히 세공하는 듯 골똘히 문장을 다듬는다. 띄엄띄엄 그 조각들을 읊조리다 이내, 정갈히 정돈된 문장이 꼭 영화 속 카림처럼 조근한 목소리를 타고 흘러나온다. “<반두비>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 여운처럼 길게 남는다. 카림의 말처럼 "마음의 문을 열어"보면 어떨까. <반두비>는 그 방법론을 모르는 이들에게 만능열쇠가 되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예쁘고 잘생긴 배우들 덕분에 그림이 더욱 예쁘게 보이는 것 같다.

카림은 잘 생겼으면 했다. 낯선 인물이 주인공이니까 호감 가는 외모이길 바랐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 한다> 같은 경우는 못생긴 할머니와 평범한 모로코 남자의 사랑 이야긴데 만약 반두비를 못생긴 이주노동자와 평범한 외모의 여고생으로 한다면 어땠을까. 카림은 호감 주는 얼굴로 해야 했다. 한국관객들을 배려한 것이기도 하다.(웃음)


본인 의도대로 나온 것 같나. 아니라면 어떤 그림이 나오길 바랐는지.

전반적인 그림은 마음에 든다. 마지막 장면 빼고 전부 핸드 헬즈로 찍어서 흔들리긴 하지만 컷이 많지 않고 흔들리는 롱 샷 같은 롱 테이크가 많다. 촬영 여건이 여의치 않았지만 대체로 원하는 대로 나온 것 같다.


색감이 좋다. 카림이 혼자 버스를 타고 가는 장면은 특히 어떤 서정성까지 더해진 것 같다.

상업 영화 같은 경우 필터 끼고 색 보정 하고 손보고 그러는데 우린 그러지 않았다. 리얼한 화면 색감을 원했기 때문에. 의도하진 않은 것과 달리 개인적으로 만족스런 장면이었다. 카림의 연기 자체도 울림이 있었다. 


민서가 신대표 집에 찾아가 깽판 놓는 장면은 좀 더 힘을 줬다면 싶어서 아쉬웠다. 혹시 좀 더 가고 싶었는데 아쉬운 장면이 있나.

시나리오 쓸 당시엔 폐허 수준이 된다고 썼다. 하지만 예산, 섭외, 촬영할 수 있는 시간, 소품 등의 문제가 있었다. 민서(백진희)가 몸집이 작아 다이나믹한 건 배우 스스로도 소화하기 힘들었고. 감독인 나는 얼마나 아쉽겠나. 전달되는 전체적인 정서나 느낌은 괜찮은데, 시각적인 것들은 사실 다 아쉽다. 오히려 더 눌렀어야 했지 않나 싶은 장면들도 있다. 두드러지는 장면들이 있어서. 발란스 측면에선 세게 갔으면 하는 장면은 없다.


한창 예민하고 불완전한 민서의 면들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재심의에서도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이 났다고 들었다.

분개해 마지않는 일이다. 인터뷰 전 반두비를 준비할 때 도움을 준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도 고등학생이 봐야할 영화라고 환영. 안타깝다. 청소년들이 불편해할 장면은 어른들도 불편해할 것이다. 근시안 적이다. 영화를 보고 청소년들이 따라한다고 생각하는 건 그들을 우습게 보는 시선이 아닌가 싶다. 유아라면 모를까 청소년들은 충분히 판단력, 사고할 수 있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변별할 수 있을 거라 본다. 영화가 너무 재밌어서 민서의 행동을 따라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그런 판정을 내린 것 같다.(웃음) 민서 같은 애가 많다면 세상이 바뀔 것이다. 고등학생들 교재로 써도 되지 않을까. 가정 문제, 인종 문제,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에 대해 얘기할 게 많은 영화, 부모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카림만 같다면, 하고 망상하기도 했다. 민서와의 첫 만남에서 가방을 열었다 다시 닫아주는 장면에선 카림의 배려심이 엿보였다.

포용하는 구도가 좋다. 다면적인 면을 가진 캐릭터가 있어야 드라마적으로 재미를 준다고 생각한다. 입체적인 면이 떨어지긴 하지만 카림은 착해야 했다. 그럴 수밖에 없어서 그렇게 했다. 민서의 성격과 상대적으로 덜 보여서 그렇지, 굉장히 입체적인 인물이다. 알고 보면 이 사람도 욕망의 주체다. 다만 표현하는 방법이 다른 사람에 비해서 온화해서 그렇지 똑같은 남자다. 착한 면이 있어서 드라마적인 힘을 갖고, 이야기가 이어지는 거지. 앞으로 이주노동자가 나오는 영화라면 좀 더 복합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아직 초창기니까. 


이주노동자와 여고생이라는 조합은 굉장히 낯설고 이질적이기도 한데.

낯선 조합을 좋아한다. 취향이랄까. 교집합이 없을 것 같은 이들을 관계 맺게 하는 게 장기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낯선 조합이지만 이주노동자는 사회에서 최하층에 속하기도 하고, 여고생인 민서는 꿈의 나래를 펼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입시와 스트레스에 억눌린다. 한창 감수성 예민한 시기가 저당 잡히는 것 같다. 이런 점에서 여고생 역시 사회적 약자라는 생각을 했다. 공통분모가 있는 것 같다. 한국 사회에서 소외됐다면 소외된 두 사람이 매치될 때 어떤 재미있는 스토리가 전개될까 싶었다. 두 사람은 거울을 통해서 본 우리 자화상의 일부기도 하다. 낯선 것 같지만 낯설지 않은 우리네 모습이지 않을까.


카림이 울분에 찬 목소리로 행복을 읊조릴 땐 마음 한구석이 찡했다. 결혼하자고 말하는 민서를 보며 이 둘의 관계는 지극히 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민서가 그런 제안을 한 게 카림에 대한 사랑의 표현일 수도 있지만 인류애적인, 휴머니즘적인 것 같기도 하다. 생각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가장 현실적인 제안이거든. 아이러니컬하게도 한국 시스템보다 여고생 하나가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관통하고 있다.


피부색만 다르지 똑같은 사람인데 무턱대고 편견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고 편견이나 장벽을 허문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경험의 규제에서 오는 두려움과 경계심은 “마음의 문을 열면“ 된다. 몇몇 분들은 이주노동자가 여고생과 관계를 불편해하기도 했다. 반두비를 통해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그걸 존중하고 공존하게끔 하는 꺼리를 준 게 좋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나.

그 질문이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웃음) 학생들한테 내는 기말고사 문제기도 하고. 힘든 질문이다. 지금까지 그러려고 노력은 했는데, 한 점 우러러 부끄럽지 않은 작품 만들고 싶다. 나 스스로도 놀랄 수 있는,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창작자인 나에게도 새로움을 줄 수 있는 작품. 계속 발전하고 싶단 얘기지, 뭐.(웃음)



- INDIESPACE on PAper vol.21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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